꽃이 아름다운 것은 남성적인 요소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이며, 특히 여성분들은 분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다음을...

생물학적으로 꽃은 2세를 번성하기 위한 생식기에 불과하다.
꽃의 80~90%는 암술과 수술을 함께 갖춘 자웅동체 즉 양성체 이다. 그런데 굳이 꽃의 성별을 가른다면...
동서양의 문화를 보면 꽃의 성별은 당연히 여성일 것이다. 꽃은 곧 여성에 비유되니까...
하지만 꽃의 구조와 기능을 고려하면 어느 모로 보나 여성보다 남성에 가깝다는 게 정답이다.

일찍이 강원대 원예학과 반옥 명예교수가 펴낸 [꽃은 남성이다] 라는 책에는 '꽃은 대개 꽃받침과 꽃잎, 암술, 수술로 이뤄지는데 암술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하나의 계통으로 남성기관'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꽃을 대표하는 것은 주로 꽃잎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꿀과 향기다.
그런데 이 여성적인 요소들은 사실상 남성으로 분류되는 수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두 하나의 관다발에서 생겨난 꽃잎과 수술은 기원은 같지만 역할이 다른'상동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생물학에서 꽃잎은 꽃의 가장자리에 있던 수술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고 넓적해진 것에 불과하다.

겹꽃잎을 이룬 개량형 동백을 살펴보면 수술이 듬성듬성 있는데 홑꽃잎을 이룬 자생형 동백에선 수술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것은 이런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또 한여름에 피는 수련꽃을 보면 수술의 모양이 어떤 것은 수술 그대로의 모양새지만 어떤 것은 수술이 넓어져 꽃잎이 돼버린 것을 관찰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꽃의 원예학을 연구해온 반 교수는 이와 관련해 '꽃잎이 적으면 수술이 많고 겹꽃잎이 많으면 수술이 적거나 없는 것도 이런 이치 때문' 이라며 '꽃을 개량하는 일도 알고 보면 수술의 기능을 약화시켜서 꽃잎의 수를 늘리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꿀과 향기도 남성기관이 만들어낸다.
호박이나 오이처럼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단성화'에선 꿀과 향기가 암수 꽃 모두에 나타나지만, 양성화에선 예외 없이 수술(꽃잎)의 아랫부분에서 만들어진다.
여성의 향기로 쓰이는 장미향, 쟈스민향, 오렌지향 따위가 모두 남성의 기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반 교수는 '꽃이 정말 아름다운 이유는 남성이 여성과 자웅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 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세계에서 공작이나 꿩, 사자(인간도 포함)처럼 남성 쪽이 더욱 화려함을 뽐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꽃의 세계에서도 남성의 요소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